2005-12-27

2005년 일본 출장기 첫째 날~둘째 날

일본 첫째 날
2005년 12월 16일 (금)
점심시간에 집에 가서 옷가지와 노트북, 디카 등을 챙긴 다음, 5시에 일을 마치고
부장님과 회사를 나섰다.

지하철로 영등포구청에서 갈아타고 한 열 정거장 넘게 가서 김포공항으로 갔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에 견주어 좀 지저분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상당히 깨끗했다.
하지만 역시 규모는 인천공항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ANA항공에 가서 탑승수속을 마치고 비행기티켓을 받아왔다.
부장님을 적당한 곳에 않혀 놓고 난 아래층으로 내려 가서 환전을 하기 위해 돈을 뺐다.

현금이 워낙 많이 뽑아서 손으로 잡고 있는 게 힘들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람들 시선도 신경쓰였다.

바로 옆의 신한은행 환전소에서 모조리 일본돈으로 바꿨는데, 지폐수가 대폭 줄어서 편했다.
하지만 그 많던 돈이 일본돈으론 겨우 요정도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포공항은 인천공항과 달리 공항이용료가 필요없었다.
그럼 세금 없이 36만원으로 일본을 왕복하는 건이니 상당히 싼 것이다.
출입국신고서도 9월부터 법이 바뀌어 출국신고서만 쓰면 된다고 했다.

별다르게 할일이 없어서 위로 올라가 고급스러워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비싸보여서 잠깐 멈칫 했지만, 특별히 다른 식당도 보이지 않고, 부장님이 들어가자고
해서 그냥 들어갔다.

난 최저가 8000원인 새우볶음밥을 골랐고, 부장님은 만원짜리 북어국을 골랐다.
레스토랑은 돈많은 사람이 올 거 같은 분위기로 종업원들 옷이나 분위기가
고급스러웠다. 깔끔해서 좋긴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편하지 않다.

새우볶음밥은 꽤 맛이 있었고 반찬으로 나온 김치도 좋았다.

이런 저런 얘기하면서 천천히 식사를 했다. 그 얘기 중에는 18일이 자기 생일이라며
파티해야 한다고 은근히 강조하셨다. -_-; 매우 독특한 분이다.

식사를 마치고, 부장님을 레스토랑에 남기고 아래층에서 저자선물용 김을 샀다.

원래 면세점에서 사려고 했는데 하필 공사중이었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공항 안의
가게로 들어가서 대장금을 포장지로 쓰고 있는 조그만 김 세트를 골랐다.
가게 직원이 샘플 김을 먹여주면서, 일본말로 김 종류에 대해 설명하길래
난 "한국인이에요"라고 했다.

다시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대 계산을 했는데, 직원이 또 일본말로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내 외모가 일본사람 느낌이 나는 것 같다.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음식값 이외에 봉사료 900원과 부가세 1890원이 붙어 있었다.
열나 비싸군. -_-;

비행기 출발시간(8시20분)은 아직 한 시간 정도나 남았다. 일단 출국로로 들어가서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고 36번 게이트에서 비행기를 기다렸다.

부장님이 비행기가 공중에서 폭파될 확률이 얼마나 되냐고 꽤나 진지한 얼굴로
물어봤다. 난 "농담하시고 있는 거죠?"라고 웃으며 말했다.
부장님은 나중에 비행기 안에서도 비행기 사고 확률에 관해 걱정스런 얼굴로 얘기하셨다.

8시가 좀 넘어서 비행기를 탔는데, 이코노믹 좌석이라 그런지 좀 좁았다.
스튜디어스들은 키는 컸지만, 외모는 그냥 그랬다. 그래도 일본인 특유의 싹싹함이나
친절함은 몸에 베어 있었다.

기내식은 시간이 저녁식사 후라서 그런지, 샌드위치 세 조각과 김, 쵸코칩, 야채 정도로 간단했다.
부장님은 안 먹고 가지고 간다고 하셨는데, 기내식은 밖으로 못 가지고 가게 되어 있어서 그냥 다 먹어버리기로 했다.
난 이것과 맥주를 골라 다 뱃속으로 넣어버렸다.
오늘의 식사는 이걸로 끝이군.


10시20분 정도에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고,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안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탔다.


내리자 마자 화장실로 갔는데, 그 때문에 수속 줄의 거의 뒷줄에 서게 되었다.
외국인입국수속 신고서를 일본인 여직원이 나누주면서 설명하고 있었는데, 신고서 샘플에 있는 한글 중 "남자"가 "난자"로 적혀 있어. 부장님이 정정해주자고 했다.
난 그럴 생각은 없었지만, 부장님이 다가가서 여직원에게 말을 걸길래, 일본말로 통역해주었다. -_-;
"난자"라니 웃기긴 하다.

30분 정도 걸려서 입국수속을 마쳤다.
나올 때 일본 공항 직원이 영어로 일본에 왜 왔는지 물어보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날 일본인처럼 보는데, 일본인들은 날 자기 나라 사람으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난 일본어로 말해달라고 했고, 직원은 관광으로 왔냐고 했다.
내가 비즈니스로 왔다고 하니, 어떤 일로 왔는지 구체적으로 묻길래, 일본 회사와 상담이 있다고 했다. 까다롭기는...

공항과 지하철이 연결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직원이 우선 밖에 있는 무료버스를 타야 한다고 해서 그걸 5분쯤 타고 터미널로 갔다. 그곳 지하1층으로 가서 모노레일 표를 샀다.

하네다에서 모노레일로 하마마츠쵸까지 가서 야마노테선(신주쿠행)으로 갈아타는 표를 자동판매기에서 샀다.
일단 버튼을 두 번 정도 먼저 눌러야 가격이 나오는 약간 생소한 방식이었지만, 위의 노선별 가격표를 보고 표를 구입했다.
신주쿠까지 660엔...(약 6천원) 역시 교통비가 비싸다.

표를 사고 걸어가려 하는데, 젊은 여자 유학생 애들이 "익스큐즈미"라고 말을 걸었다.
내가 "한국인이죠?"하니 웃으면서 표 사는 방법 좀 알려달라고 했다.
나도 생소해서 자신은 없었지만, 내가 샀던 방식을 알려주었다. 여자애들은 무사히 표를 구입하였다. 목적지가 신오쿠보라고 하는데, 거긴 내가 어학연수받았던 곳이라 반가운 마음도 있었다.

다른 여자애는 나한테 모노레일 티켓을 보여주면서 "이거 모노레일 전용이에요? JR선도 이용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보았다.
내가 전용이라고 했더니 여자애는 울상을 지으며, 매표소로 가서 표를 다시 바꿨다.

시간이 벌써 11시가 넘었다.
모노레일을 타고 한 15분쯤 걸려 하마마츠쵸까지 갔다. 밖으로 일본의 밤거리가 보였는데, 역시 거리에 휴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건물도 정돈되어 보였다. 이래서 선진국이지...하고 생각했다.

하마마츠쵸에서 약간 헤매다 직원에게 물어서 야마노테선으로 갈아탔다.
모노레일과 JR선은 운영주체가 달라서 야마노테선 입구에서 또 표를 넣어서 체크하게끔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 지하철의 표는 표 하나로 들어갈 때 한 번, 나갈 때 한 번 찍으면 그만인데, 일본에서는 신주쿠까지 가는 동안 네 번이나 기계에 표를 통과시켜야 했다.

신주쿠역에서 내려서 서쪽 출구로 나갔다. 시간이 벌써 자정을 넘었고 짐도 무거워서 택시를 타기로 했다.
택시 기본요금이 650엔였는데, 뉴시티 호텔까지 거리가 가까워서 기본요금만으로 해결되었다.
이 정도 거리면 내일부터 지하철 탈 때는 걸어다녀도 되겠다.

호텔에 도착해서 방열쇠와 식권을 받고 13층 방으로 들어왔다.


텔레비전을 켜니 화들짝! 어른 영화가 나오고 있었다. 이런 걸 공짜로 보여주나..? 라고 생각했는데, 돈 안내면 1분 뒤에 화면이 검게 되었다.

리모콘이 참 웃긴데, 유료채널을 유료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과금이 되어 볼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난 처음에 멋모르고 그걸 눌렀다가 1300엔이 과금된다는 안내서를 보고 서둘러서 일반채널로 돌려버렸다. 5번 누르면 과금이 된다는데, 어쩌면 과금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젠장.. 뭐 이런 호텔이 다 있담.

일본방송을 보니 아유미가 나와서 한국가수도 소개하고, 김선아와 초난강의 인터뷰도 있었다.
확실히 한류이긴 한가 보다.

난 피곤해서 짐을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목욕물 받아 샤워한 뒤, 노트북을 세팅한 다음,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일본 둘째 날
2005년 12월 17일 (토)
낑낑대며 들고 온 노트북, 이글은 이놈으로 썼다.


7시쯤에 일어나서 텔레비전 좀 본 다음 샤워를 했다.
일지를 쓴 다음, 9시에 부장님에게 식사하자고 문을 두드렸다.

식사는 뷔페식이었는데, 빵도 있었고 일본 음식도 있었다.
난 주로 고기를 많이 골랐고 디저트로 떠먹는 요구르트를 추가했다.


비교적 만족스럽게 식사를 끝내고, 일본서점인 기노쿠니야로 갈 채비를 했다.
일단 구경도 할 겸 걸어서 가기로 했는데, 중간쯤 가니까 부장님이 힘들어 하셔서 결국 택시를 탔다.


걷는 도중에는 어떤 아줌마가 도쿄도청 어딨냐고 물어봤는데
다행히 지나왔던 길이라 알려줬다.
외국인한테 길을 묻지마세요..-_-;

택시를 타니 기본요금만으로 금방 기노쿠니야 본점으로 도착했다.
일본의 택시는 10대 중 7대 정도가 네비게이션이 달려 있었고, 무엇보다 문이 자동이었다.
손님이 문을 열고 닫을 필요없이 운전자가 조작해서 열게 되어 있다.
하지만 자동문을 여닫는데 아주 약간 시간이 지체되는데,
우리나라 택시에 도입한다면 기사가 다들 성질이 급해서 짜증낼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손님이 실수로 문을 잘못 닫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자동문이 더 안전할 것 같다.

기노쿠니야는 우리나라 교보문고나 영풍문고보다는 규모가 작아서 서점으로서는 그리 대단치 않았다.

대충 책을 고르고 나니 점심식사 때가 되었다.

그 주변은 전자제품이나 각종 물품을 파는 곳은 많았는데
의외로 음식점이 없어서 찾는 데 10분 정도 걸렸다.

덮밥집에 들어가서 부장님은 카레덮밥+우동세트를 시키고 나는 튀김덮밥+우동세트를 시켰다.


우동은 좀 단맛이 났지만 먹을만 했다.
하지만 부장님은 입에 맞지 않은지 많이 남기셨다.
부장님이 일본음식 처음이라 그렇다고 주인할머니에게 전해달라고 해서
그대로 전하니 할머니가 오히려 미안해했다.
주인할머니는 인상이 좋아보였고, 일본사람답게 손님을 대하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

좀 친근해져서 신주쿠에 뭐 볼만한 사찰 같은 거 없냐고 물어보니
신주쿠에는 그런 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신주쿠교엔은 어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서 위치를 물어보고 그곳으로 가기로 했다.

신주쿠교엔 바로 옆에 도쿄 길 정보관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직원할아버지 한 명이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신주쿠 주변에 뭐 볼만한 거 없냐고 물었더니
교엔 이외에는 없단다... 아무래도 볼거리가 있는 곳은 전철 타고
나가 봐야겠다.

신주쿠교엔은 공짜가 아니라 입장료가 어른 200엔이었다.


들어가보니 널직하고 나무가 많은 공원이었다.
벚꽃이 많았는데, 제철이 아닌지라 멋진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곳곳에서 한가로이 잠자는 사람이나 가족들의 모습은 행복해보였다.


남자들끼리보다는 연인끼리 걸으면 더 좋은 곳이다.
앞에서 어떤 남녀가 손붙잡고 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보니
아주 부럽기도 하고 외롭다는 감정이 스쳐지나갔다.


신주쿠교엔 반대쪽문으로 나와 좀 걷다가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와서 1시간 쉬기로 했다.

근데 택시운전사들이 뉴시티 호텔을 모른다. 근처의 워싱턴 호텔은
알면서 그쪽은 전혀 유명하지 않은 모양이다.

호텔에서 1시간 반 정도 쉰 뒤, 오다이바로 갈까 하다가
너무 멀어서 주변의 가부키초를 구경하기로 하고 호텔에서 운영하는
신주쿠역행 버스를 타고 나갔다.

신주쿠역은 사람도 많고, 굉장히 넓어서 길 찾기가 쉽지 않았다.
좀 헤매다가 가부키초로 갔는데, 호스트바나 카바레 등 유흥업소가 여럿 보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볼 건 없었다.

근처에는 호텔이 많았는데, 차라리 이쪽으로 호텔을 잡았으면 더 편했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아다니다가 음식점을 물색했는데, 마음에 쏙 드는 곳이 없어서 많이 걸었다.
결국 골목길의 조그마한 라면집으로 들어가서 어쩌구 라면과 맥주를 시켰는데, 느끼하고 맛이 없어서 완전 실패였다.
차라리 점심때 먹었던 덮밥 세트가 더 나았던 거 같다.
나는 그래도 라면을 다 먹었는데, 부장님은 영 입에 안 맞았는지 20%도 못 드시고 나왔다.

그래서 근처에 회전초밥집이 보여서 식사를 제대로 못했으니 저기 가자고 부장님께 권했다.

초밥 가게에서 여종업원이 하는 일본말을 들으니 어쩐지 한국사람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 한국사람이었다.
종업원 2~3명 정도가 한국인인 거 같았다. 아마도 유학생인 듯 하다.
이쪽 가부키초 근처는 한국간판이나 한국인 알바생이 많아서 마치 한국에 온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회전초밥은 한접시 130엔 정도(초밥 2개 들었음)에 팔았는데 맛은 괜찮았다.
여기다 부장님이 술을 원해서 맥주를 시켰다.

나는 라면을 다 먹은 상태라 초밥이 그리 땡기지 않았다. 그래서 부장님께 난 됐으니 마음껏 드시라고 했는데, 부장님은 내가 잘 안 먹으니, 눈치만 보면서 적극적으로 드시질 않았다.

그래서, 난 억지로 두 접시 정도 먹었는데, 젓가락질이 서툴러서 밥과 회를 작별하게 만들기도 했다.

결국 나와 부장님은 네 접시만 먹고 나왔다.

다시 신주쿠역 서쪽 출구로 나와서 호텔행 무료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저녁 7시정도 된 거 같다.
부장님은 술을 좋아하시는지 호텔에서 맥주 살 수 없냐고 물었다. 그래서 프런트에 물어보니 4~5층 자동판매기에 있다고 했다.
부장님한테 알려드리고 나는 10분에 100엔짜리 인터넷전용 PC로 만날 사람에게 일본에 있다는 메일을 보내고 다시 올라갔다.

부장님은 술안주도 가져왔는데 맥주 같이 마실 수 없냐고 권했다.
난 못이기는 척 승락했고, 결국 부장님 방에서 맥주와 한국에서 가져온 안주를 먹었다.
회사에 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큰 캔으로 3캔 정도 마셨다.

11시쯤에 방으로 돌어와서 곯아 떨어졌다.
내일은 계획을 잘 짜서 좋은 곳을 많이 돌아다녀야겠다.

2005-12-26

2005년 일본 출장기 셋째 날

일본 셋째 날
12월 18일 일요일
9시 반까지 식사를 끝내고 1시간 동안 어디 갈지 궁리하다가 여행책에 있는 추천코스에 하라주쿠를 추가해서 가기로 했다. 무료버스 막차를 놓치는 바람에 신주쿠역까지 걸어갔는데
가까운 곳에 바자회(프리마켓)가 있어서 선물로 쓸 인형 두 개를 샀다.



일단 신주쿠역에서 하라주쿠로 가서 다케시타도리를 걸었다.
우리나라 대학로 같은 느낌으로 젊은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악세사리나 옷들이 많았다.



여기서 메이지도리를 거쳐서 메이지진구로 갔다.
메이지진구는 문이 상당히 컸는데 위로 올라가는 땅에 작은 돌들이 있어서 부장님이 걷는데 힘들어 했다.



가는 도중엔 중국인도 많이 보였다. 가다가 기념품 가게에서 구경하고 다시 신사를 향해 올라갔다.


신사는 꽤 크고,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기엔 충분했다.
다만, 전쟁 때 죽은 일본인들과 일왕을 기리기 위해 참배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일본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이나 중국인에게는 그다지 유쾌한 곳은 아니었다.



요요기 공원을 가기 위해 다시 내려왔는데, 길을 잘못 들어 다시 올라갔다 내려왔다.
여기서도 부장님이 힘들어 했다.
내려 오다가 찻집에 들러서 메실와인을 마시며 부장님의 생일을 축하한다고 했다.
다른 음식은 몰라도 술은 언제나 사양을 하지 않으신다.



내려 와서 포장마차집에서 다코야키를 하나 사서 요요기 공원으로 들어갔다.


공원 앞에서 만화복장 놀이하고 있는 애들

어떤 북치고 연주하는 애들이 있었는데, 그 근처의 벤치에 잠깐 쉬면서 다코야키를 먹었다, 하지만, 부장님은 하나 먹고 다신 안 먹는다고 했다.
맛있구만..-_-



요요기 공원은 그다지 볼 게 없어서 다시 하라주쿠 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면서 부장님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락밴드들이었다.
노래도 분위기도 전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부장님은 취미로 직접 연주를 하는 분이라 다른 눈으로 보는 것 같았다.



하라주쿠 역 근처에 바자회가 있었는데 그다지 살만한 게 없어서 바로 나왔다. 하라주쿠역에서 우에노로 가서 긴자선으로 갈아타고 아사쿠사로 갔다.
아사쿠사는 일본적인 느낌과 현대적인 느낌이 묘하게 공존하고 있었다.



비교적 먼 거리를 왔기 때문에 바로 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음식점은 사람이 많아서 한 2분 정도 기다렸다.
값은 비싼 편이었는데 부장님은 무난해보이는 도시락정식을 골랐고, 난 덮밥을 골랐다.

>일본술도 시켰다. 메뉴에 적힌 한자는 "니혼슈 이치고-"였는데, 내가
"니혼자케 이치고"로 잘못 발음해서 주인 아저씨를 잠깐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정정하고,
하나를 시켰더니 주인 아저씨가 하나만 시킬거냐고 재차 묻길래
양이 얼마냐 되냐고 물어 보았다.

>들어보니 양이 너무 적어서 따뜻한 걸로 두 병 달라고 했다.
부장님은 술이 우리나라 정종과 똑같다며 만족스러워 했다.
아마도 여기 온 이후로 가장 좋았던 식사였다.

>식사를 마치고 센소지라는 일본 절을 갔다.
사람도 많았고 일본전통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가게와 절이 있었다.
가미나리몬이란 문은 상당히 거대해서 볼만했다.



보고 나와서 나카미세도오리를 지나며 상점들을 구경했다.
그러나 롯쿠 쪽으로 갔는데 100엔샵에서 선물용으로 구로아메를 샀다.
가다가 인력거도 봤는데, 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탔다.
인력거꾼은 영어도 능숙했는데, 내가 본 인력거꾼은 여자였다.
여자의 몸으로 두사람의 서양인을 끌고 다니는 걸 보니 힘들어 보였다.



길을 좀 헤매다가 다시 아사쿠사역으로 와서 긴자로 가려고 했는데
부장님이 힘들어해서 그만 호텔로 돌아가기로 했다.
결국 여행 책자 추천코스의 50%정도만 달성했다.

신주쿠로 와서 부장님을 먼저 보내고, 나는 두 시간 정도 신주쿠 주변을 돌아다니다,
신주쿠역으로 들어와서 카레라이스와 오렌지주스를 시켜 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8시쯤에 돌아와서 바로 침대에 누웠다.

2005-12-25

2005년 일본 출장기 넷째 날~여섯째 날

일본 넷째 날
12월 19일 월요일

아침식사를 하는데, 어제 내가 돌아온 뒤 부장님한테 보고를 안 하고 자서 밤새 걱정하신 것 같다. 야쿠자에게 걸린 거 아닌가 했단다. -_-

밥 먹고 9시50분쯤에 시부야로 갔다. 시부야역 부근에서 돌아다니다가
북퍼스트라는 서점에서 실장님이 부탁한 논술쪽 관련책을 세 권 발견해서 샀다.


그리고 여행책에서 추천한 도큐 한즈라는 큰 가게에 들어가서 선물용으로 건담 프라모델을 샀다.
작으면서도 싼 것을 골랐는데, 사고 나서 더 작고 싼 것을 발견해서 아쉬웠다.
도큐 한즈는 독특한 무언가가 있을 줄 알았는데, 별 거 없었다.

거기서 롯본기역으로 갔다.
롯본기힐즈로 가서 빌딩 안을 구경했는데, 빌딩은 크고, 내부도 고급스러웠다.
하지만, 그다지 볼 건 없었다.


시티뷰인가 뭔가 하는 빌딩 안에도 들어갔는데, 위로 올라가는 입장료가 1800엔이나
되어서 포기해버렸다.

롯본기힐즈는 특별히 재미있다는 느낌은 없었다. 건물만 미국흉내 내서 열나 클 뿐~
역으로 돌아올 때는 바람이 불어서 꽤 추웠다.


긴자로 가기 전에 약간 고급스러워 보이는 음식점에서 정식과 맥주를 시켜 먹었다.
앞에는 물고기와 거북이가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분위기는 좋았는데, 부장님이 시킨 음식의 접시 밑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
부장님은 그럴 수도 있다며 별일없이 지나갔다.
사실 일본에선 이런 건 치명적인 건데, 사람 사는 곳이라 어쩔 수 없나 보다.

디저트가 공짜인 줄 알고, 여종업원한테 디저트 없냐고 물었는데,
"메뉴를 드릴까요?" 하고 말해서 "나중에 시킬게요"라고 대답했다.
여종업원이 웃으며 물러갔다.

음식은 그냥 먹을만 했지만, 우리나라에선 비싸야 6000원정도로 끝날 양이
여기선 만 원이 간단히 넘었다.

나 혼자 왔다면, 1000엔 넘는 음식은 시키지 않을 텐데, 둘이선 평균이 1200엔 이상이고,
맥주까지 시켜 먹었다.

긴자역으로 가서 거리를 잠깐 구경한 다음, 전철을 여러 번 갈아 타서 오다이바
레인보우브릿지로 갔다.
갈 때는 유리카모메선을 탔는데, 전철이 신식이었고 경치도 훌륭했다.


전철 개표기에는 레인보우브릿지가 등장했던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2"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하지만, 레인보우브릿지는 재수없게도 쉬는 날이었다.


날씨도 춥고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바로 최종목적지인 도쿄타워로 가기로 했다.
지하철로 갈까 택시로 탈까 망설이다가, 자전거를 탄 어떤 아저씨한테 물었다.
내 발음을 듣고 중국어로 인사했는데, 내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어깨를 두들기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아저씨가 지하철역 위치를 친절히 설명해줬는데, 내가 택시타면 어떠냐고 물었더니
가격도 별로 차이 없으니 그게 더 낫다며 직접 택시를 잡아주었다.
굉장히 친절한 아저씨다. 아마도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 같은 인간은 절대 흉내내기 어려운 타입이다.

하지만, 택시요금이 지하철로 가는 것보다 두 배 이상 나온 거 같다.
그래도 편하게 와서 좋았다.

도쿄타워 전망대는 나쁘진 않았지만, 좀 지쳐있어서 대충 보고 빨리 쉬고 싶은 마음이었다.
반면 부장님은 도쿄타워가 아주 마음에 드는지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


도쿄타워는 엘리베이터가 꽤 불편했다. 올라가는 건 쉬운데, 내려갈 때는
그 층의 엘리베이터는 쓸 수 없고 한 층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그걸 타면 1층도 아니고 3층에서 내려 준다.
왜 그런지 생각해보니 3층과 2층에 있는 볼거리들에 손님을 끌기 위함인 거 같았다.
그런다고 볼 줄 알구?

걸어서 1층까지 내려오니 이미 해는 저물어 있었다.
도쿄타워는 야경이 멋져서 부장님이 감탄하면서 사진을 찍어댔다.
난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부장님은 일본에서 지금까지 간 곳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고, 일본이란 나라 자체도 살고 싶을 정도로 좋다고 했다.

밤에 본 도쿄타워

아카바네바시역에서 전철을 타니 호텔에서 최고로 가까운 도청역에서 내릴 수 있었다.
도쿄타워를 이렇게 편하게 갈 수 있는 방법이 있었는데, 간과하고 있었다니!

호텔식당에서 음식과 맥주를 시켰는데, 우리나라돈으로 4만원이 넘게 나왔다!!
맥주는 500cc 주제에 700엔이 넘는다! 차라리 깡통으로 먹고 말지!
맛도 양도 별로였는데, 너무 많은 돈을 쓴 거 같다.

내일부턴 공식 업무 모드에 들어간다.


일본 다섯 째 날

2005년 12월 20일 화요일
오전 10시25분 호텔에서 운영하는 무료버스를 타고 신주쿠역으로 향했다.


신주쿠에서 이케부쿠로로 갔고, 거기서 세이브이케부쿠선으로 갈아탄 뒤 히바리가오카로 갔다.


히바리가오카는 중심가에서 떨어진 곳이라 분위기가 소박한 마을이었고,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든 사람이 많았다.
일단 사람이 적고 조용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이 점은 전에 왔을 때하고 별 차이가 없었다.


선생님이 알려준 집의 위치를 확인한 뒤, 역 앞의 서점에서 20분쯤 시간을 보냈다.
여기서 "못 쓰면 창피한 한자"라는 책이 마음에 들어서 만화책 "베가본드 21권"과 함께 구입했다.

시간이 되자 선생님 댁으로 갔는데, 어느 집이 선생님 집인지 몰라서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물어 보았다. 집 앞 표지판에서 선생님 이름을 확인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집은 3층짜리 집이었는데, 내부는 꽤 좁았지만, 선생님과 남편분 둘이서 살기엔 충분해 보였다. 1층은 일하는 곳이고 2층은 거실, 3층은 자는 곳으로 이용하시고 계셨다.


안에는 중국인 부부가 초대받아 계셨다. 중국인 아저씨는 부장님보다도 나이가 많았는데, 상하이에 있는 회사의 사장님이었다. 부부가 일본에서 25년간 살았기 때문에 일본어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구사했다.

부장님과도 중국어가 통했기 때문에 부장님이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2층 거실에 선생님이 직접 만든 요리가 진수성찬으로 차려져 있었다.
샤브샤브에 생선회에 노리마키에 맥주에... 사 먹으면 몇십만원은 들 것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뒤 3시 5분쯤에 자리를 떴다. 부장님은 음식도 그렇고, 중국인 사장님 만난 것도 그렇고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셨다.

오후에 일본 회사와 약속이 있어서 전철역으로 바로 갔다. 리다바시역에서 내린 뒤 택시를 타고 회사 근처로 갔다. 회사는 규모가 작은 곳이었다. 건물도 오래되었고, 조그만 창고 같은 데서 미팅을 했다.

얘기를 끝내고 지하철을 타고 아키하바라에 잠시 들른 뒤, 호텔로 돌아왔다.



일본 여섯 째 날
12월 21일 (수)

호텔에서 10시 좀 넘어서 체크아웃하고, 택시 타고 기노쿠니야로 가서 필요한 책을 구입한 뒤, 전철 타고 하마마츠쵸로 가서 식사를 했다. 일본식 소바와 일본술을 같이 주문했다.


점심식사 먹고 모노레일 타고 하네다 공항으로 갔다. 공항 식품 가게에서 점원 아줌마한테 최대한 오래 가는 냉동식품을 골라달라고 해서 일본라면과 튀김을 샀다.
그 아줌마는 처음에 날 중국사람인 줄 안 모양인데, 내가 한국사람이라고 하자, "대장금" 잘 보고 있다고 했다.

라면은 선물용이라고 했더니 포장하는 젊은 여자애가 웃었다.
라면이 선물이라서 이상한가..-_-
여자애는 선물용으로 라면을 친절히 포장해 주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왔다.